검은 밤이 서서히 물러간다,
잔 속엔 깊고 고요한 갈색의 파도,
새벽 안개처럼 잔잔히 퍼져가는 어둠,
따스한 아침이 비밀처럼 숨어 있다.
바람이 나른하게 코끝을 스친다,
이국의 바다 내음과 말린 식물이 타는 은은한 향,
모래 위로 흐르는 쌉싸름한 공기,
느릿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잔잔한 그리움.
입술을 적시는 묵직한 쓴맛,
담백하게 부서지는 파도의 속삭임,
뜨겁고도 서늘한 바람이 나를 감싸며,
느린 시간 속에서 조용히 눈을 뜬다.
잔을 놓은 손가락 끝에 맴도는 열기,
은은하게 식어가는 여명 아래,
타오르는 식물 향에 머물던 순간의 흔적,
이국의 바닷가에 홀로 남겨진 새벽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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