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술을 마시고, 여인의 흐느낌이 내게 닿으리라.남으로 낸 창엔 멀리도 마을과 들이 보일 것인데,쇠잔한 내 어깨에 쉬이 눌러붙을 햇살을,세월의 편린을 잠시나마 가벼이하게 빌리리라.허무한듸! 서늘한 그늘 아래 숨은 볕의 외로움은.한 발 재껴 디딜 곳 하나 없는 광야에서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니,모두가 내 길의 일부라 맹신하며, 허공을 내딛는다.잠시의 위안이었던 내게 붙은 햇살을 털고,이내 어둠을 융단마냥 다시 어깨에 무겁게 둘러 가벼이 발길을 재촉하니,나를 비웃는 나를 보며 바람을 타고 나를 키운다.마지막엔, 어둠도 빛도 아닌 내 자화상이 남으리.거칠게 칠해진 붓질 아래로는 비극이,위로는 무곡이 남아 거친 그림을 벽에 걸어,남루한 나를 보고 왜 살았냐 할 적에.비로소 웃으리, 남으로 난 창을 보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