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사과로 시작한 기자회견은 찰나에 가까운 순간 동안 '혹시..?'라는 기대를 품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유감 표명보다도 가벼운 사과였습니다. 무엇을 잘못했고, 문제의 원인은 무엇이었으며, 그것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해결방안은 무엇이고, 앞으로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저 "내가 대통령이니 사과한다"는 뉘앙스만 풍겼을 뿐이었습니다.
우리가 사회생활하면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갑"들이 행하는 태도, 딱 그 수준이었습니다. 지지자들조차도 사과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야야, 내가 사과할께. 미안하다. 됐지? 원래 내가 사과할 건 아닌데 사과하잖아. 미안하다고. 됐지?'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요? 화를 낼까, 무시할까.
그 답은 최근의 대통령 국정수행평가가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언제쯤 그가 현실을 직시할까요?
오늘 기자회견은 공인으로서의 책임감 부족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개인의 명성과 사생활에 대해 분명히 알고 있는 자신감이 보였지만, 국가의 대표자로서의 자각은 부족해 보였습니다.
특히, "내 아내를 (감히) 악마화 한다"는 식의 태도는 여전히 검사의 관점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그에게는 모든 일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런 사고방식이 국정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그의 배우자를 둘러싼 다양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해지고 있는 상황은 지지율을 더 아래로 끌어내릴 것입니다. 오늘 당당하게 본인의 임기는 2027년 5월이나 주장하였으나, 역설적이게도 레임덕 현상을 부추길 것이며, 이는 결국 탄핵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연결될 것입니다.
동조하는 국민은 일등 시민으로, 그렇지 않은 국민은 세뇌된 또는 무지한 이등 시민으로 여기는 태도 또한 문제입니다. 여기에 북한의 도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등장, 일본의 야욕,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까지...... 국익우선이 아닌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외교 안보에 접근해온 과거를 생각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특검과 관련하여 정치 선동으로 치부하는 모습은 불통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런 명분 없이 계속되는 재의 요구(속칭 거부권)를 남발하는 조폭과 같은 행동으로, 레임덕을 데드덕으로 만들기 충분합니다. 역사의 시계는 흘러가고 본인은 점점 고립무원이 되고 있음을 아직도 모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으나 오늘 그 기회를 또 날려버렸습니다. 특검을 수용하고, 대통령실 전원과 내각의 개편을 약속했어야 했지만, 이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보여준 사랑꾼이자 애처가의 면모는 개인으로서의 윤석열에게만 국한되었어야 합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김건희 여사의 활동 중단으로 이 사안이 덮일 문제는 아닙니다. 노회찬 의원의 말대로,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기보다는 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사회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국가의 안정성과 외교 관계의 지속성을 위해 심각한 재고가 필요함을 의미합니다. 대통령은 공인으로서의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먹고살기에도 바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거리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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