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 재밌는 현수막이 하나 걸렸다.
조원진 대표가 대통령을 어지간히 싫어하나보다.
노년층에서조차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니 이때가 기회다싶어 당원이나 지지세를 늘리려는 심산이겠지.
이 현수막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자에게 있어서는 매우 잘못된 현수막이다.
저 강렬한 한자와 탄핵이라는 글자,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알 수 없는 이·조라는 약어......
마케팅 수업이 있다면 이렇게 하면 절대 안된다는 적절한 예시라 볼 수 있을 정도다.
인간의 뇌는 생각의 부정이 불가능하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 그 순간 우리 뇌는 코끼리만 되내일뿐이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라는 강조점은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가 그의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Don't Think of an Elephant!)"에서 설명한 개념이다. 인간의 뇌는 부정을 잘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하면 오히려 그 이미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사례는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때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현수막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현수막은 윤석열과 탄핵이라는 민감한 단어를 연관 짓고 있어,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 두 가지를 엮어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조지 레이코프가 설명한 바와 같이, 원치 않는 이미지를 오히려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몇년전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MB 아바탑니까?"하는 순간 그는 MB 아바타가 된 것이 대표적 예다.
이제 지나가는 현수막을 본 누구든 윤석열을 떠올리는 순간 탄핵이 떠오를 것이다.
더군다나 극우정당이 외치는 이와 조는 누구인가에 대한 인식도 심어줬다.
"윤석열=탄핵" 다음에 오는 이와 조는 무엇이지? 이재명과 조국이라고? 아 대통령, 윤석열, 이재명, 조국......
결과적으로, 이 현수막을 보는 사람들은 윤석열과 탄핵을 연관 짓고, 자연스럽게 이재명과 조국까지 떠올릴 수 있다. 특히 조국은 최근 주춤했던 인물인데, 이 현수막 덕분에 다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것이 의도된 전략인지 단순 실수인지는 불분명하지만 말이다. 저 현수막의 승자는 조국이다.
무려 우리공화당이 윤석열과 이재명과 조국을 등치시켜줬으니, 이제 그들의 주요지지층인 어르신들은 조국을 유력후보로 생각할거다. 비록 지지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어쨌든 잘못된 홍보 사례로 꼽힐 저 현수막이 사실은 전략이었다면......?
그건 그거대로 참 재밌을건데, 어쨌든 우리공화당은 대통령 편은 아닌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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