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같은 세상, 꽃같이 살아야지

꽃같이 삽시다.

삼성면 살이

미세먼지는 언제나

무까끼하이 2024. 11. 20. 21:33

아침부터 묘한 하루였다. 창문 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흐릿하고 답답했다. 구름이 두툼하게 쌓여서인지 하늘은 마치 누군가의 실수로 수채화 물감을 몽땅 쏟아놓은 듯 잿빛이었다. 뭔가 큰일이 난 것도 아닌데 공기는 묵직하고, 나는 아직도 침대에 눌려 있길 원했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마스크를 챙기느라 귀찮음이 몇 배로 늘었다. 공기질이 나쁘다고 뉴스에서 계속 떠들었지만, 한 번씩 잊고 그냥 숨을 들이마실 때가 있다. 그런데 어쩐지 오늘은 첫 한 모금부터 무언가 “덜 깨끗한” 느낌이랄까. 숨을 쉴 때마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마치 먼지가 날 보고 “너도 나랑 친해져야지”라고 조곤조곤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낮이 되자 어딘가에서 빛이 쏟아질 줄 알았건만, 허사였다. 구름은 여전히 태양을 틀어막았고, 도시 위를 덮고 있는 잿빛 풍경은 거부할 수 없는 배경음처럼 깔렸다. 그 와중에 길에 나서면 바람이 가끔 몰아쳐서, “헤이, 나도 있어!” 하고 귀를 때리고 가는 게 아닌가. 바람마저 미세먼지와 한패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저녁, 어쩐지 비가 내렸다. 이게 무슨 비인가 싶을 만큼 바닥에 닿는 빗방울들이 맑지가 않다. 먼지를 잡아내려고 안간힘 쓰는 듯하지만, 정작 몸에 묻으면 더 불쾌하다. 빗물은 차갑지만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하루가 다 이럴 순 없지.” 웃으며 빗속을 빠르게 걸었다.

그래도 집에 돌아오니 모든 게 조금 나아지는 줄 알았다. 틀렸다. 지붕? 따뜻한 방바닥? 웃기지 마라. 창문을 닫아도 미세먼지는 어딘가 틈을 찾아 기어들어오고, 방안 공기는 딱 “먼지 맛 다이닝”이었다. 차를 한 잔 끓였는데, 뜨거운 컵을 손에 쥐자마자 생각이 스쳤다. “이게 네가 상상했던 성취냐? 한 잔의 차와 싸구려 평화?”

그러다가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 공기가 이딴 꼴이어도 결국 내일은 다시 숨을 쉬어야 한다. 맨날 싸우는 건데, 오늘 조금 더 나쁜 거지. 미세먼지 따위가 나를 완전히 박살 내는 날? 그건 적어도 내 눈앞에서 일어나진 않을 거다. 이 정도로 끝난 게 다행이라고 말하면 짜증나지만, 그래도 한마디 한다. “그래, 먼지야. 너 내일 또 와. 이번엔 마스크 업그레이드하고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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