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묘한 하루였다. 창문 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흐릿하고 답답했다. 구름이 두툼하게 쌓여서인지 하늘은 마치 누군가의 실수로 수채화 물감을 몽땅 쏟아놓은 듯 잿빛이었다. 뭔가 큰일이 난 것도 아닌데 공기는 묵직하고, 나는 아직도 침대에 눌려 있길 원했다.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면서도 마스크를 챙기느라 귀찮음이 몇 배로 늘었다. 공기질이 나쁘다고 뉴스에서 계속 떠들었지만, 한 번씩 잊고 그냥 숨을 들이마실 때가 있다. 그런데 어쩐지 오늘은 첫 한 모금부터 무언가 “덜 깨끗한” 느낌이랄까. 숨을 쉴 때마다 목이 간질간질하고, 마치 먼지가 날 보고 “너도 나랑 친해져야지”라고 조곤조곤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낮이 되자 어딘가에서 빛이 쏟아질 줄 알았건만, 허사였다. 구름은 여전히 태양을 틀어막았고, 도시 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