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같은 세상, 꽃같이 살아야지

꽃같이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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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5

hommage(吾劘奏/오마주)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여인의 흐느낌이 내게 닿으리라.남으로 낸 창엔 멀리도 마을과 들이 보일 것인데,쇠잔한 내 어깨에 쉬이 눌러붙을 햇살을,세월의 편린을 잠시나마 가벼이하게 빌리리라.허무한듸! 서늘한 그늘 아래 숨은 볕의 외로움은.한 발 재껴 디딜 곳 하나 없는 광야에서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니,모두가 내 길의 일부라 맹신하며, 허공을 내딛는다.잠시의 위안이었던 내게 붙은 햇살을 털고,이내 어둠을 융단마냥 다시 어깨에 무겁게 둘러 가벼이 발길을 재촉하니,나를 비웃는 나를 보며 바람을 타고 나를 키운다.마지막엔, 어둠도 빛도 아닌 내 자화상이 남으리.거칠게 칠해진 붓질 아래로는 비극이,위로는 무곡이 남아 거친 그림을 벽에 걸어,남루한 나를 보고 왜 살았냐 할 적에.비로소 웃으리, 남으로 난 창을 보며.가..

카테고리 없음 2024.11.22

커피

검은 밤이 서서히 물러간다,잔 속엔 깊고 고요한 갈색의 파도,새벽 안개처럼 잔잔히 퍼져가는 어둠,따스한 아침이 비밀처럼 숨어 있다.바람이 나른하게 코끝을 스친다,이국의 바다 내음과 말린 식물이 타는 은은한 향,모래 위로 흐르는 쌉싸름한 공기,느릿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잔잔한 그리움.입술을 적시는 묵직한 쓴맛,담백하게 부서지는 파도의 속삭임,뜨겁고도 서늘한 바람이 나를 감싸며,느린 시간 속에서 조용히 눈을 뜬다.잔을 놓은 손가락 끝에 맴도는 열기,은은하게 식어가는 여명 아래,타오르는 식물 향에 머물던 순간의 흔적,이국의 바닷가에 홀로 남겨진 새벽의 기억.

카테고리 없음 2024.11.21

적막한 계곡에서

깊어가는 가을밤, 적막한 계곡에 퍼지는은은한 달빛은 깊은 샘물처럼,내 안의 뜨거운 갈망을 깨웁니다. 부드러운 산의 능선을 따라우아하게 흐르는 계곡의 곡선처럼,그대의 실루엣이 나를 새기며태초의 그리움이 꿈틀거립니다. 순백의 털가죽을 뒤덮은 북극여우처럼, 차갑고도 뜨거운 열망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움틉니다. 타오르는 모닥불은 산을 감싸안고,그 붉은 열기가 동트는 하늘의 붉은 빛과 만나그 따스함이 온 산을 적시듯,내 마음도 은은히 달아오릅니다. 둥근 달이 비추는 바다,출렁이는 파도와 함께오랫동안 감춰온 작은 섬이 드러납니다. 작은 섬에 숨어은밀하고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동백꽃처럼,달빛 아래 홀로 선 나는,억눌렀던 욕망의 춤을 춥니다. 끝없이 순환하는 열정은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며희망의 봄을 향한 갈증을 잉태합니..

카테고리 없음 2024.11.18

김장

늦가을 산등성이에, 붉은 단풍이 서늘한 바람에 흔들린다. 서리 내린 아침, 붉은 잎 위에 흰 서리가 소복이 앉아 쌀쌀한 공기가 코끝을 간질인다. 밭머리 흰배추는 고운 흙 속에 몸을 누이고, 장독대 옆에선 짭조름한 젓갈 냄새가 진하게 퍼져 올라온다. 할머니는 “젓갈 냄새가 딱 맞구먼,” 하며 고춧가루를 섞어 양념을 붉게 물들인다. 부엌에선 장작 타는 소리, 불때는 냄새가 따뜻하게 스며들고 “에구, 요 양념 좀 덜 맵게 해야 쓰겄다.” 웃음 섞인 목소리로 김장을 버무린다. 양념은 배추 잎 사이로 스며들고, 젓갈 냄새가 바람에 흩날리며 붉은빛과 흰빛이 어우러지는 그 순간. 뒷마당엔 고소한 불때는 냄새가 감돌고, 김장 독이 하나둘 채워질 때마다 어머니 손끝에선 가을의 마지막 냄새가 퍼져간다.

카테고리 없음 202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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