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가을이다.
쌩쌩 돌아가던 냉방기기를 끄고 창문만 열어도 시원한 가을바람에 밥을 안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
하지만 가을의 낭만도 잠시. 두통을 부를 악취가 코를 찌른다.
또 똥냄새다.
시골이니 그러려니 하던 정겨운 그 냄새가 아니다.
악취 저감을 위해선지, 전염병 발생 예방을 위해선지 모르겠지만
잔뜩 뿌려댄 화학약품 냄새와 똥냄새의 역겨운 하모니다.
어서 창문을 닫아야 한다.
벽지와 커텐에,
아내의 머릿칼에,
내일 입고 갈 옷에 냄새가 배기 전에.
충북 음성군 삼성면.
미호강 발원지인 이 곳은 온갖 동물들의 악취로 살기 고달프다.
경기도와 맞닿아 있는 탓에 꾸준히 전원주택 수요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실제로 귀촌 인구가 그리 많지는 않다.
누가 뭐래도 악취 때문이다.
대체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이 곳에서 살고, 죽어가기에 두통을 유발하는 악취가 날까.
간단히 조사해 본 숫자는 아래와 같다.
소가 8천 마리, 닭이 140만 마리, 오리가 12만 마리, 돼지가 4만 마리가 산다.
삼성면의 면적은 50.64㎢, 6,642명(2022. 12. 31. 기준)이 산다.
단위 면적 당 131.16명, 즉 반경 1㎢당 132명이 사는 곳이다.
그리고 반경 1㎢당 소 163마리, 닭 28,105마리, 오리 2,470마리, 염소 5마리, 돼지 803마리가 산다.
농가수 | 사육두수 | |
소 | 103 | 8,215 |
닭 | 16 | 1,423,239 |
오리 | 9 | 125,060 |
염소, 사슴 등 | 6 | 252 |
돼지 | 13 | 40,700 |
(충청북도 음성군 축산농가현황, 공공데이터포털, 음성군, 2024. 8. 24. 기준)
동물과 함께 정겹게 사는 시골의 정경을 생각하기엔, 단순 면적당 같이 사는 동물이 너무 많다.
심지어 이들 동물들이 동물복지형으로 방목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원가 문제로 공장식 축산을 하고 있기에 이미 구조적으로 악취 문제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단순히 숫자만 비교했을 때도 삼성의 사람들은 냄새와 같이 살고 있다. 아니 냄새에 눌려 살고 있다.
삼성면에 들어서면서부터 나는 강렬한 돼지 똥냄새는 그냥 시골이니까 나는 냄새일까.
수치화 될 수 없는 스트레스와 두통, 그로 인해 오는 짜증과 관계의 파탄은 과장된 생각일까.
이 냄새가 지역의 인구 감소를, 상권 쇠퇴의 원인이라면 억지일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각 축사를 지도에 찍어보자.
각 축사는 삼성면 곳곳에 아주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오히려 저 밀집도로 따지면 사람이 있을 곳이 부족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실제 사람이 있을 곳이 부족하진 않다.
그렇다면 분명 저 동물들이 있을 곳이 부족할터, 당연히 밀집된 곳에서 키워지고 있을 것이다.
앞서 잠시 이야기했지만, 삼성면은 미호강 발원지다.
악취도 악취지만, 오폐수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축산 농가의 오폐수는 처리하여 하수처리장으로 가는지, 아니면 지류로 가는지 모르지만
이것 또한 경제문제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공장식 축산에서 사육두수가 많을수록 후처리 공정은 비용의 문제가 수반된다.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부분이 없다면 비용의 문제를 처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회에 그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후처리 과정의 한 단계만 생략하더라도 고스란히 순수익이 되는 상황에서 그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나라도 어쩔 수 없이 생략하겠다 싶다).
사회에 전가된 비용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수처리장의 처리비용이 증가하거나, 미호강 중하류 수질 개선 비용이 증가하거나...
악취문제도 마찬가지로 내가 농가주라도 '동물을 키우는데 냄새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태도를 견지할 것이다.
농장 다녀와서 내 몸에 냄새가 밴다? 그것은 오히려 훈장일 것이다.
반찬으로 소고기국이 나왔을 때,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 치킨을 먹을 때, 계란 후라이를 할 때, 그 언제라도 내 몸에 밴 혹은 집밖에서 나는 분뇨 냄새는 훈장을 더욱 빛나게 할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 소유의 동물일지라도 악취문제 저감을 위해 내 돈 들여서 그 활동을 하는 것도 비용일 것이고,
정부에서 저감활동을 위하여 다양한 미생물 제재나 매뉴얼을 무상제공한다 하더라도 인건비나 시간이 투입되는 비용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이미 대한민국 축산은 대기업의 동물을 위탁생산하거나, 계약된 금액에 맞춰 납품하는 하청형태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기업이 후려치는 납품단가와 납기를 맞춰야 할 상황에서 악취나 오폐수는 2번째 혹은 그 이하의 순번을 가진 문제일 뿐이다.
이 지독한 현실을 어떻게 바꿔낼 수 있을까.
규제, 강제하여 조정하는 것
지원, 안내하여 조정하는 것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비용을 줄이는 혹은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당장은 규제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공론의 장이 열리고, 지금 상황을 한 뼘이라도 나아가게 해 줄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여기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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