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같은 세상, 꽃같이 살아야지

꽃같이 삽시다.

삼성면 살이

쓸쓸함 속에서 찾은 새 길: 변해가는 시골 이야기

무까끼하이 2024. 10. 15. 13:14

여기서의 내 삶을 떠올리면, 마음속 깊은 곳엔 익숙한 향기와 함께 묘한 쓸쓸함이 밀려온다. 평생 시골에서 살아오면서 이런 향기와 냄새는 내 일상의 한 부분이었지만, 요즘은 그 향기마저 옅어지는 느낌이다. 이곳 공기는 여전히 흙과 풀 내음으로 가득하지만, 그 안엔 이제 적막함과 불청객 같은 냄새가 더해져 있다. 새벽에 울려 퍼지던 닭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점점 사라지고, 저녁엔 풀벌레 소리가 내던 활기조차도 줄어든다. 그 자릴 채운 건 트럭과 대형 농기계의 굉음이다. 자연의 일부였던 모든 것이 뒤로 물러나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다.

 

시골에서는 시간이 마치 도시에서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도시에서는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느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느린 시간마저 적막하게 흘러 적응하기 쉽지 않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동안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지만, 그 속의 공허함은 더 커져간다. 젊은이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고요함만이 남고, 마을의 에너지는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요즘 마을을 돌아보면 예전의 활기찼던 날들이 그리워진다. 젊은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도시로 떠나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드는데, 마을의 활력도 그와 함께 사라지는 것 같다. 웃음으로 가득 찼던 마을의 아이들 소리는 이제 학교 옆에서나 들을 수 있다. 침묵에 잠긴 일부 집들은 빈 채로 남아, 그 주인을 기다리며 낡아가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모두가 점점 소외되고, 마을 모임조차도 그 따뜻함을 잃어간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에는 지평선 넘어 붉게 물드는 노을이 일품이지만, 그 안에서조차 공허감을 느낀다. 자연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이젠 그 속의 외로움이 깊게 파고든다. 이 환경 속에서도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 애쓰지만, 그것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골 생활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들 간의 정이었지만, 이제 그것마저 희미해진다. 남아 있는 이웃들은 서로에게 더없이 소중해졌고, 작은 마을 행사가 예전처럼 활기차지 않더라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며 그 안에서 위안을 찾는다.

 

결국, 시골 살이는 점점 더 고독하게 자연과 사람, 그리고 내 자신과 함께 조화로운 삶으로 남게 되었다. 줄어드는 인구 속에서 이곳의 삶은 가끔 나를 지치게 하지만, 여전히 돌아갈 수 있는 유일한 내 마음의 고향이다. 거친 냄새와 함께 시골의 모든 모습이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기억할 시골은 더 따뜻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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